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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여과해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고, 체내 전해질과 산염기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만성 신부전이나 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신장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며, 스스로의 기능만으로 체내 대사물질을 제거할 수 없게 됩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치료법이 바로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입니다. 두 방법은 원리와 시술 방식,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올바른 선택이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의학적 관점에서 두 투석 방법의 작동 원리, 장단점, 적용 대상 등을 상세하게 비교 분석하여 신부전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복막투석
복막투석은 신장을 대신해 복막이라는 신체 내부의 막을 여과 필터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복막은 복강 내 장기를 둘러싸는 얇은 막으로, 풍부한 모세혈관이 분포되어 있어 반투과성의 여과 작용이 가능합니다. 투석액(당 성분이 포함된 전해질 용액)을 복강 안에 주입하면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이 삼투압과 확산 작용에 의해 복막을 통과해 투석액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이 투석액을 복강에서 배출하면 정화된 상태가 되는 원리입니다. 복막투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CAPD (지속적 외래복막투석): 하루 4회 정도, 환자가 직접 수동으로 투석액을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비교적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서 자택이나 직장에서 투석이 가능합니다. APD (자동 복막투석): 주로 야간 수면 시간 동안 자동화 기기를 통해 투석액을 주입하고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낮 시간에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 생활의 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복막투석은 자가 관리가 가능한 환자에게 적합하며, 특히 바쁜 직장인, 학생, 활동량이 많은 환자에게 유리합니다. 혈관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나 심장 기능이 약한 환자에게도 부담이 적은 치료법입니다. 그러나 복막투석은 철저한 위생 관리가 요구되며, 복막염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복막염은 투석 과정에서 세균이 복강 내로 유입되면서 발생할 수 있으며, 발열, 복통, 탁한 배액 등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복막 손상으로 이어져 복막투석이 더 이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복막투석은 체내에 다량의 포도당 성분이 주입되기 때문에 고혈당, 체중 증가, 고지혈증 등의 대사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복막의 여과 기능이 수년 내에 저하되어 결국 혈액투석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복막투석은 초기 투석 방법으로 사용되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대체 치료로의 전환이 고려되기도 합니다.
혈액투석
혈액투석은 ‘인공신장기(다이얼라이저)’를 이용해 환자의 혈액을 외부로 빼낸 후, 기계 장치를 통해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낸 뒤 다시 몸속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은 전문 병원이나 투석센터에서 의료진의 감독 아래 주 2~3회씩, 한 번에 4시간 정도 시행됩니다. 시술을 위해 환자의 팔에 동정맥루(AVF) 또는 인조혈관(AVG), 혹은 중심정맥관과 같은 혈관 접근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동정맥루는 장기간 반복 투석에 적합한 방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이고 감염 위험이 낮습니다. 혈액투석의 가장 큰 장점은 투석 효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복막투석보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양의 노폐물과 수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급성 전해질 이상이나 요독증, 고칼륨혈증 등의 응급상황에서도 빠르게 조치가 가능합니다. 또한 병원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리의 정확성과 안전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불편함은 병원 방문의 반복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일주일에 3번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거나 직장·일상에 제약이 많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술 중 저혈압, 근육 경련, 피로감, 두통, 오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며, 혈관 접근로의 문제(폐색, 혈전 등)로 인해 투석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며, 혈관이 약해지는 고령 환자에서는 접근로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기적인 혈관 상태 확인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 맞춤형 선택이 중요한 투석 방식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은 치료 효과는 유사하지만, 삶의 방식, 감염 위험, 신체적 조건, 주변 지원 환경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복막투석은 자가 관리가 가능하고 일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환자에게 적합하며, 특히 의료 인프라 접근이 제한된 지역이나 병원 방문이 어려운 사람에게 이상적입니다. 또한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복막투석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혈액투석은 의료진의 관리를 받으며 고효율의 투석이 가능하므로, 초기 상태가 심각한 환자나 복막투석이 불가능한 경우 선택됩니다. 다만 반복적인 병원 방문과 시간적 제약은 감수해야 하며, 혈관 상태가 투석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입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많은 경우 복막투석을 초기 투석 방법으로 시작한 후 복막 기능이 저하되면 혈액투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두 방법은 절대적인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생활 방식에 따라 최적화된 선택이 필요합니다.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은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지닌 치료법입니다.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라면 본인의 건강 상태, 생활 환경, 가족의 지원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의료적 효율성만이 아닌,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투석 생활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 정기 검진, 철저한 자기 관리를 병행하시길 바랍니다.